English(영문) 

 

나는 무엇에 관하여 이야기 하고 있는가?

2019년 가을, 나는 삶의 이정표 앞에 서 있었다.

한쪽에는 장인(기능인)으로 나아가는 길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나만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작가의 길이 있었다.

2018년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지역 및 전국대회에서의 금메달과 은메달, 그리고 일반인 기능경기대회 지역대회 금메달은 기술과 숙련을 통해 기능인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프랑스 파리 메종&오브제(Maison & Objet)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일은 내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관에 선정된 일이 작가의 삶과 무슨 큰 관계가 있다고 그토록 심각하게 고민했을까 싶다. 아마도 ‘작가’라는 말에 스스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무엇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나는 숙련의 정점을 향한 길보다 사유의 확장을 향한 길을 선택했다.

나는 분단과 휴전이라는 긴장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시대를 지나며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과 잔혹함을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그 기억은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아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게 만들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반복되어 온 전쟁과 학살, 차별과 증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비극 앞에서 나는 하나의 질문을 놓을 수 없었다.

인간은 왜 이토록 잔혹한가.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나는 이 질문을 끊임없이 되묻고, 그 답과 해결책을 찾아왔다.

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출발점이 ‘생존을 향한 의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했고, 소유했으며, 자신과 공동체를 지켜왔다.

이러한 자기보존과 확장을 향한 본능은 문명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나는 이러한 근원적인 방향성을 ‘DNA의 의도’라고 부른다.

이 의도는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첫 번째 단계였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은 자신의 기술과 능력으로 지구 전체와 미래 세대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다.

문제는 인간의 능력이 아니다.

인간의 의도가 향하는 방향이다.

기술은 지구적 규모로 성장했지만, 우리의 의도는 여전히 개인과 집단의 이익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을 위한 의도를 넘어, 더 넓은 존재와 관계를 향해 확장되는 새로운 단계의 의도이다.

나는 그것을 ‘의도 2.0(Intention 2.0)’이라고 부른다.

나를 향한 의도에서 타인을 향한 의도로.

소유를 향한 의도에서 관계를 향한 의도로.

생존을 위한 의도에서 공존을 위한 의도로.

그 시작은 사랑이다.

사랑은 한 존재를 깊이 바라보는 마음이며, 그 마음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연민으로 확장된다.

연민은 모든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박애가 되고, 박애는 현재를 넘어 미래의 인류까지 품는 인류애로 이어진다.

나는 현인류에게 사랑, 연민, 박애, 인류애와 같은 거시적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거시적 사랑에 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많은 질문이 내 앞에 놓였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러한 가치가 정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일까.

내가 이야기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까.

수없이 회의했고,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지구의것’이었다.

‘첫 접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만약 인간이 무언가로 만들어졌다면, 그 무언가는 무엇이며 그 출처는 어디인가?’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정신은 에너지이고, 육체는 물질이다. 그리고 에너지와 물질은 처음부터 지구의 것이었다.

우리는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의 물질로 살아가며 다시 지구로 돌아간다.

그 단순하지만 근원적인 사실은 나를 ‘인간은 지구의 것이다’라는 깨달음으로 이끌었다.

‘인간은 지구의 것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이후 내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세계관이 되었다.

우리가 서로를 나누고 소유하며 증오하는 모든 일들은 결국 같은 ‘지구의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인간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관계 속의 존재로 바라볼 수 있다고 믿었다.

이후 나의 작품들에는 이러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투영되었다.

나의 모든 작업이 함지(Korean Wooden Vessel)를 기초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함지는 화려하거나 권위를 상징하는 그릇이 아니다.

굽이 없어 대지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으며, 높아지려는 욕망보다 낮아짐을 선택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나는 그 소박한 그릇 안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겸손과 공존의 태도를 발견했다.

사인(The Sign) 시리즈를 통해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탐구한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하나의 질문 앞에 머물러 있었다.

과연 인간은 생존의 의도를 넘어 ‘의도 2.0’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

그 답은 이상이나 신념만으로 얻을 수 없었다.

나는 인간이 남긴 수많은 흔적 속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인류의 역사와 철학, 인문학, 종교, 예술을 다시 탐구했고, 선사시대 최초의 이미지에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남긴 표현들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유리공예상을 계기로 3개월간 파리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시간은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인간을 다시 연구하는 시간이었다.

노트북 한 대와 AI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방대한 자료를 조사했고, 파리의 미술관과 박물관, 거리와 건축, 음악과 문화 속을 직접 걸으며 끊임없이 질문을 이어갔다.

인간은 자신의 DNA가 만든 생존의 의도를 넘어설 수 있는가.

수많은 사유 끝에 나는 하나의 작은 희망에 도달했다.

인간은 본능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의도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희망이었다.

생존은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이지만, 공존은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는 방향이다.

나의 희망은 새로운 작업들로 이어졌다.

‘23’s Fraternité’는 인간 모두가 공유하는 스물세 쌍의 염색체를 통해 평등과 박애를 이야기하는 프로젝트이며, ‘The First’는 인류 최초의 그릇을 다시 호출함으로써 우리가 결국 하나의 지구에서 태어나 같은 대지로 돌아가는 존재임을 기억하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서로 다른 두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출발점은 하나이다.

인간은 어디까지 자신의 의도를 확장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하나의 작품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이어질 모든 작업은 이 질문에 대한 또 하나의 응답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하나의 함지를 만들듯, 천천히 인간의 의도를 빚어가고 있다.

 

왜 나무인가?

내가 만드는 함지(vessel)의 형태는 자유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나는 나무를 자유곡선으로 조각하여 그 형태를 만들지 않는다.
모든 작업은 완전한 원에서 시작한다.

나무는 나이테를 가지고 있다.
나이테의 형태는 나무가 자라온 위치와 날씨, 기후에 따라 달라지며, 나무가 살아온 시간만큼 지구의 환경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나이테는 사람의 지문처럼 같은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완전한 원의 형태에서 시작하여, 나이테가 품고 있는 수분을 다양한 방법으로 건조시킨다.
그리고 건조 과정에서 나무 스스로 만들어내는 변형을 통해 함지의 형태를 만든다.

내가 만드는 형태는 내가 처음부터 조각해낸 형태가 아니라, 나무와 시간, 그리고 자연의 조건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다.
건조의 속도와 강약을 조절하면 바람과 같이 형태를 직접 볼 수 없는 자연의 현상까지 조형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나는 나이테에서 단순히 시간의 기록만을 보지 않는다.
그 안에서 지구가 만들어낸 자연의 모습과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 그리고 각자의 삶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형태를 본다.

나에게 나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나무는 시간과 환경을 기억하고 있으며, 스스로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이다.

나는 이러한 다양성과 예측할 수 없는 개성이야말로 나무라는 재료만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사용한다.

 

Functionality -

1.옻칠열경화기법(Lacquer heat curing technique)

열경화는 습경화와 함께 옻칠을 경화하는 방법이다.
습경화는 높은 습도 환경에서 옻에 함유된 라카아제 효소가 산소를 이용하여 우루시올의 산화, 중합과 가교를 통해 옻칠을 경화시키는 방식이다.
열경화는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우루시올의 산화·중합 및 가교 반응를 통해 옻칠을 경화시키는 방식으로 보통 약 120~200도 범위의 열처리가 활용되며 금속·유리·도자기 등 내열성 소재의 옻칠에 적용된다.

라카아제 효소를 이용한 습경화 방식은 칠을 마르는 과정에서 과도한 습도로 인해 표면에 백화현상이 생길 수 있으며, 경화 후 뜨거운 물이나 음식을 담았을 때 칠막 내부에 남아있던 미반응 우루시올과 휘발성 유기 물질, 수용성 성분이 열을 받아 분해·휘발되면서 특유의 옻 냄새가 난다.
열경화는 경화에 라카아제 효소가 필요하지 않아 과습으로 인한 백화현상 자체가 없고, 열경화 가열 과정(건조 과정) 중에 칠 속에 포함된 수용성 물질, 휘발성 유기 물질, 잔류 희석제 성분이 이미 뜨거운 열에 의해 밖으로 휘발되어 날아가 버려서 뜨거운 음식에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한 열경화 도막은 열과 물이 동시에 가해지는 환경에서도 방수 피막이 전혀 손상되지 않고 수분 분자가 칠막 내부로 침투할 기공(Pore)이 메워지므로, 물이나 다양한 용액(기름, 식초, 알코올 등)에 장기간 노출되어도 수분 흡수가 일어나지 않는 방수 특성을 발휘한다.

 

열경화가 지닌 실용적 기능성은 나에게 매우 매력적이었다.
나는 이를 통해 목기가 더 이상 금속·유리·도자기에 비해 취약한 재료가 아니라, 이들과 함께 식기의 주요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온의 가마에서도 타거나 갈라지지 않는 옻칠 목기를 구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끊임없이 실험했으며,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이를 실현하였다.

2.화학적 옻칠 경화기법 (Chemical Curing Technique for Lacquer)

전통 옻칠은 습도와 온도를 제어하는 칠장 환경과 오랜 숙련을 필요로 한다. 나는 이러한 환경적 제약을 넘어설 방법을 찾기 위해 옻칠의 경화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그 결과, 옻의 주요 성분인 우루시올과 화학적으로 반응하는 경화제를 활용하여 상온에서 경화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옻칠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약 25°C의 일반적인 실내 환경에서 별도의 칠장이나 고습도 조건 없이 옻칠을 경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옻칠을 전통적인 공예품의 표면 마감에서 벗어나 대형 작품과 다양한 실내외 대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그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시도다.

 

치유와 감성의 흔적

1. 왜 돌인가?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돌은 기록해 둔 나의 개인적인 감성의 표현물이다.

그것은 갯바위이기도 하고, 산 정상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이기도 하며, 어린 시절 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가두며 놀던 호박돌이기도 하다.

작고 약해 보이는 갯바위는 수십만 년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을 견디며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묵묵히 파도를 받아내고, 때로는 파도의 거친 숨을 잠재우며 지친 바다새들에게 쉼터가 되어준다.

나에게 돌은 단순한 자연의 물질이 아니라, 시간과 인내, 그리고 존재의 흔적을 품은 감성의 기록이다.

2. 왜 콘크리트(시멘트)인가?

「23’s 박애」를 통해 인간의 진정한 감성은 결국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후 나는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작품 안으로 들이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도시의 모습은 나에게 낯선 인공물이 아니라, 정겨움과 위로의 감정을 불러오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콘크리트 안에서 도시의 모습을 발견한다.

콘크리트는 차갑고 단단한 물질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수많은 기억, 그리고 인간의 삶이 쌓여 있다.

돌과 콘크리트는 서로 다른 시간을 가진 물질이다. 하나는 자연이 만든 시간의 흔적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만든 문명의 흔적이다. 나는 이 두 물질을 통해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감성의 흔적을 담아내고자 한다.

 

 

 

 

 

WORK - 함지(HamJi)

나는 함지를 만든다.

몸통의 높낮이를 달리하고 크기를 조율하며 잔, 컵, 사발을 다듬어 내지만, 이 모든 기물의 근원은 단 하나, ‘함지’이다.
함지는 오랜 세월 한국인의 삶 속에서 다양한 쓰임으로 함께해 온 전통 나무그릇이다.

내가 함지를 깊이 사랑하는 이유는 그 형태가 가진 정직함과 겸손함에 있다.

함지는 제 몸통의 크기만큼 곧게 입구를 열어둔다.
접시처럼 실제보다 크게 펼쳐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고, 호리병처럼 입구를 좁혀 내부를 은밀히 숨기지도 않는다.
지닌 만큼 보여주고, 품은 만큼 열어두는 정직한 그릇이다.

또한 함지에는 굽이 없다. 높이 올라 하늘에 닿으려 하기보다 대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낮게 머문다.
나는 그 낮음에서 인간의 욕망을 내려놓은 겸손을 본다.

그래서 나는 거짓이 없고 겸손한 함지가 좋다.

내가 만드는 모든 함지는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는 실용성을 전제로 완성된다.

이러한 제작 철학의 바탕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Oval Office)에 놓여 있던 ‘애플 볼(Bowl of Apples)’이 있다.
권력과 위엄을 상징하는 공간 한가운데,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사과가 담긴 평범한 나무그릇을 두었던 모습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그릇은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었고, 사람을 맞이하고 음식을 내어주는 역할을 했다.
나는 그 모습에서 권위적인 공간의 거리를 낮추고, 그곳을 보다 인간적이고 실용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환대의 태도를 보았다.

그 작고도 거대한 의도에 감명을 받은 이후, 나는 모든 함지를 실제로 무언가를 담을 수 있도록 만든다.

나에게 그릇은 단지 바라보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무언가를 담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있을 때 그릇은 비로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한다.

높아지려 하지 않는 형태의 겸손함,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정직한 열림,
그리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내어주는 환대.

그것이 내가 함지를 만드는 이유다.

나의 함지는 주머니호를 기본 형태로 하고 있다.
함지는 주머니호를 기본 형태로 만든다.
주머니호는 .B.C. 1세기대에 출현하여 1세기 말~2세기 초에 소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영남지역에서만 존재하였다.

1. FOR  

개인의 사랑 - 모든 작업의 시작이다.
손목이 아픈 아내를 위해 가볍고 실용적인 옻칠 목기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수년간 실험하며 목기에 옻칠 열경화 방식을 적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였다.
자연의 자유곡선을 닮은 형태는 자연이 사람을 치유하듯 아내의 마음 역시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FOR는 기능을 위한 공예가 아니라 사랑이 형태가 된 작업이다.

"FOR"는 2020 LOEWE Craft Prize 에서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되었고,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로 '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하였다.

2. 지구의것

〈지구의 것〉은 〈FOR〉가 품었던 지극히 사적이고 미시적인 사랑이 연민, 박애, 그리고 인류애라는 거시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거대한 시작점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사랑과 연민, 박애, 인류애라는 숭고함이 존재하는 동시에 생존을 위한 집착, 폭력, 미움이라는 잔혹함이 공존한다. 이 모순적인 ‘모든 인간성에 관한 것들’에 대해 나는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긴 사유의 끝에 도달한 나의 결론은 원초적이고 명료했다. 인간은 결국 지구의 물질과 지구의 에너지로 만들어진 존재, 즉 ‘인간은 지구의 것이다’라는 명제였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는 약 94종이며, 지구에는 118종의 원소가 존재한다. 이 중 지구 지각의 98%는 산소,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96%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라는 네 개의 원소로 빚어진다. 그 외에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철, 아연, 구리, 칼륨, 나트륨 역시 대지가 품은 완벽한 지구의 물질들이다.

결국 인간과 지구, 그리고 자연 사이의 관계는 눈에 보이는 ‘물질’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이라는 비물질적 관계가 서로 얽혀있는 유기적 생명체와 같다. 인간의 몸을 흐르는 피와 살이 곧 대지의 흙과 금속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형태를 지닌 작품 위에 산소와 흙, 모래, 그리고 철, 구리, 아연 같은 지구의 원소들을 옻칠로 단단히 붙여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전시장이라는 인공의 공간이 아닌, 자연 상태 그대로의 햇빛과 비바람 속에 날 것으로 내던진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지의 풍파를 고스란히 맞으며 산화하고, 마모되고, 질감과 색을 바꾸어가는 물질의 변화를 묵묵히 관찰하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수행과 같다.

자연에 의해 깎여 나간 지구물질이 결국 다시 대지로 돌아가고, 그 소멸의 자리 곁에서 자연이 또다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순환을 목격한다. 이 풍화의 연대기는 거친 삶의 무게를 견디며 상처받고 늙어가는 우리 인간의 유한한 삶과 완벽하게 닮아있다.

작품 위에 얹어진 지구물질들의 변화를 탐구하는 이 실험적 작업은, 나에게 인간의 잔혹함(폭력, 미움)을 향한 깊은 애잔함과 연민을 가르쳐주며, 나아가 같은 원소로 태어나 같은 대지 위를 살아가는 모든 존엄한 인간들을 향한 ‘평등 위의 박애’로 나를 인도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별의 원소로 빚어진, 지구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지구의것으로 시작된 나의 세계관은 그 자체의 예술적 가치를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룩셈부르크의 Pinacothèque 미술관으로부터 나의 예술적 성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인증서를 받았다.

 

 

 

3. 지구 물질

비, 바람, 눈, 기온 등 대지의 풍파에 반응하는 지구물질들의 현상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한다.
자연의 선으로 빚어진 형상 위에서, 물질이 자연과 반응하여 스스로 만들어내는 고유한 색과 질감은 인간의 내면에 깊은 정서적 영감을 준다.
자연의 손길에 의해 마모된 물질은 결국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 그 소멸의 자리 곁에서 자연은 또다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이 숭고한 순환 속에서 나는 유한한 생명체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평등과 연민의 궤적을 발견한다.

 

지구물질은 The 2021 Cheongju International Craft Competition - Honorable mention

 

4. 지구의언어

지구의 언어는 감성이다

같은 비가 내리고, 같은 바람이 불며, 같은 햇빛이 모든 생명 위에 머문다.
그러나 동일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어떤 생명은 찬란하게 태어나고, 어떤 생명은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나는 오랫동안 이 차이에 대해 질문했다.

무엇이 생명의 시간을 다르게 만드는가.
왜 같은 자연 속에서 존재들은 각기 다른 흔적과 이야기를 남기는가.

그 질문의 끝에서 나는 지구가 인간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언어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구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처럼 논리와 문자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구의 언어는 감성이다.

그것은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느끼게 하는 언어이며,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언어이다.

1년 동안 내 피부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바람을 경험하며 나는 같은 바람조차 결코 같은 감정을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바람은 위로가 되었고,
어떤 바람은 지나간 기억을 불러왔으며,
어떤 바람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깊은 감정을 남겼다.

바람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 자연과 인간의 내면이 만나는 감성의 매개였다.

비, 바람, 햇빛, 흙, 그리고 시간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기억하고, 느끼고, 공감한다.

그 순간 자연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관계를 맺는 존재가 된다.

〈지구의 것〉에서 나는 인간이 지구의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존재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구의 언어〉에서는 그 물질적 관계를 넘어, 지구와 인간이 감성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구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함께 존재한다.

지구의 언어는 우리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감성 속에서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결국 서로 연결된다.

지구의 언어는 감성이다.
그리고 감성은 모든 존재를 연결하는 가장 오래된 언어이다.


지구의언어는 2024년 The 1st Yoolizzy Craft Award 에서 Winner가되었다.

 

5. 기호 (The sigh)

지구의 언어가 감성이자 느낌이라면, 보이지 않는 지구는 과연 무엇으로 자신의 마음을 인간에게 전달하는가.
긴 실험과 사유의 끝에 나는 그것이 '시간, 바람, 소리, 냄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지의 언어들을 시각화하고 조형화하여 기호로 새겨 넣는다.
나의 작업은 그렇게 시간의 기호(The Sign of Time), 바람의 기호(The Sign of Wind), 소리의 기호(The Sign of Sound), 향기의 기호(The Sign of Scent)라는 4가지의 변주를 통해 대지의 감성을 인간에게 배달한다.

 


 

 

 

6. 23's 박애 (Fraternité )

DNA의 의도는 어쩌면 자신의 생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생존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존재이다.

『기호』 시리즈를 통해 나는 시간, 바람, 소리, 향기가 지구가 인간에게 건네는 언어임을 탐구해 왔다. 그러나 긴 사유 끝에 도달한 또 하나의 결론은, 그것들이 감성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시간은 기억을 남기고, 바람은 감각을 깨우며, 소리는 마음을 흔들고, 향기는 추억을 불러온다. 이들은 감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일깨우는 매개이며, 인간의 진정한 감성은 결국 관계 안에서 형성된다.

관계는 공감을 낳고, 공감은 박애를 가능하게 한다.

이 지점에서 나의 사유는 마침내 인류애와 박애에 도달했다.

그러나 박애는 평등 위에서만 가능하다.

평등의 기준을 정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기준이어야 했고, 동시에 나의 작업이 출발했던 "지구의것"의 세계관과도 연결되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물질성과 생물학적 기반으로 돌아갔다.

내가 정의한 평등의 기준은 문화나 종교, 인종이나 성별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종(種)이 공유하는 23쌍의 염색체라는 생물학적 기반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외모와 신념을 지녔지만, 모두 같은 생물학적 토대 위에 존재하는 인간이다.
내가 말하는 평등은 바로 이 공통된 기반에서 출발한다.

이 평등 위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힘은 공감이며, 공감은 관계를 만들고, 관계는 다시 박애로 확장된다.

"23’s Fraternité "에서 하나의 나무로 만들어진 두 개의 판은 서로 다른 형태를 지녔지만 동일한 본질을 가진 인간의 평등을 상징한다. 그 사이를 연결하는 돌은 치유와 기억, 휴식의 장소이자 관계를 이어주는 감성의 매개이다.

세 개의 돌은 연민, 공감, 사랑을 상징한다. 네 개의 돌은 이타성, 책임감, 정의감, 도덕적 분노를 의미하며, 다른 관점에서는 자비, 관용, 겸손, 감사와 같이 인간을 타인에게 향하게 하는 윤리적 덕목으로 읽힐 수도 있다.

이 작업은 기능과 쓰임을 의도적으로 제거했다. 촉각과 실용성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담아야 할 의도(Intent)였기 때문이다.

DNA의 의도가 생존이라면, 인간의 의도는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것이다.

나는 그 의도의 이름을 박애(Fraternité )라고 부른다.

 

 

7. 이별(Farewell)

23’s Fraternité 에서 나는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해야 하는 이유를 박애라는 가치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박애는 기쁨과 평온 속에서 증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상실과 이별의 순간에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를 드러낸다.

이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마주하는 가장 보편적인 경험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관계의 끝, 시간의 흐름, 그리고 결국 자신의 삶과도 마주해야 하는 마지막 이별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이별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나에게 이별은 태풍이 지나가는 풍경과 닮아 있다.

모든 것이 무너진 듯 보이지만, 바람은 여전히 불고 먹구름 사이로 빛은 다시 스며든다. 절망은 완전한 어둠이 아니며, 희망 또한 완전한 빛이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그 사이의 모호한 감정 속에서 살아간다.

"이별(Farewell)"은 바로 그 경계의 감정을 조형화한 작업이다.

이 작품은 상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실 속에서도 인간을 다시 인간답게 만드는 힘을 묻는다. 이별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박애가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순간이며,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감정처럼 받아들이는 공감의 시작이다.

박애는 행복한 순간을 위한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장 깊은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붙잡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인간성이다.

 

8. 고독 (Solitude)

"23’s Fraternité "에서 나는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를 박애라는 가치로 탐구했다.
그리고 "Farewell"에서는 상실을 통해 관계가 끊어지는 순간에도 인간의 연결과 공감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

그러나 모든 이별 이후에는 또 하나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것은 고독이다.

나에게 고독은 쓸쓸한 외로움이 아니다.

고독은 슬픔과 상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내면의 공간이며, 자신의 욕망과 이기심을 비워내고 비로소 타인을 품을 수 있도록 만드는 내면의 성스러운 공간이다.

나는 감각적으로 작품의 외부를 조각한다.

그 형태와 표면이 짊어진 무게는 곧 삶의 무게이다. 그것은 말없이 타인의 곁을 지켜주는 존재의 묵묵함이며, 삶의 무게를 견뎌낸 자가 건네는 듬직한 위로이다.

나는 인간이 자신의 고독을 견뎌낸 순간에야 비로소 타인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삶과 내면의 어둠을 마주한 사람만이 다른 존재의 아픔을 존중할 수 있다. 고독은 세상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향한 공감이 시작되는 가장 깊은 내면의 자리이다.

공감은 관계를 만들고, 관계는 박애로 확장된다. 그렇다면 고독은 그 모든 관계와 박애가 시작되는 근원적인 토대이다.

"고독(Solitude)"은 혼자 남겨진 절망을 표현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 안의 이기심을 비워내고, 타인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고독은 인류를 품기 위한 가장 깊고 단단한 내면의 그릇이다.

결국 고독은 인간을 고립시키는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다시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다.

그곳에서 평등은 이해가 되고, 박애는 삶의 태도가 된다.

 

 

 

9. 낭만 (Romance)

작가의 최근 작업에서 **〈낭만〉**은 〈이별〉과 〈고독〉과 같은 선상에 놓이지만, 전혀 다른 정서의 결을 지닌다. 앞선 작업들이 상실과 고독, 존재의 무게를 응시한다면, 〈낭만〉은 그 안에서 다시 회복되는 인간적인 온기와 감성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이 작업에서 말하는 낭만은 단순한 사랑이나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남아 있는 선한 감성, 즉 세계를 여전히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근원적인 정서이다.

〈낭만〉은 특히 1980–90년대 영화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화면은 다소 흐릿하고, 색감은 시간에 의해 부드럽게 번져 있으며, 서사는 빠르지 않고 느리고 진솔하게 흘러간다. 그 시기의 영화와 제작 방식은 기술적 효율보다 감정과 직관이 앞서는, 보다 인간적인 창작의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특히 그 시대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여름 바다의 짙은 푸름과 백사장의 넓은 흰 여백—에 강하게 이끌린다. 이 풍경들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기억과 그리움, 순수함이 잠시 교차하는 감정의 좌표이다.

전체 작업 세계관 속에서 〈낭만〉은 평등, 고독, 이별, 박애의 사유와 긴장 관계를 이루는 동시에, 그것을 부드럽게 감싸는 정서적 완충지대의 역할을 한다. 〈고독〉이 내면의 윤리적 공간을 형성하고, 〈이별〉이 감정의 붕괴를 응시한다면, 〈낭만〉은 인간 감각이 다시 타인을 향해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회복시킨다.

이러한 의미에서 〈낭만〉은 박애와 분리된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박애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감정적 기반이다. 박애가 단지 윤리적 개념이나 고통의 공유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부드러운 애정과 세계를 향한 온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낭만〉은 바로 그 지점을 회복시키는 감정이다. 그것은 철학이나 윤리,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감각—세계에 대해 부드럽게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다시 상기시킨다.

결국 〈낭만〉은 강석근 작업 세계에서 평등, 고독, 이별, 박애로 이어지는 구조를 하나의 온도로 통합시키는 정서적 중심이며, 인간적인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들어 두는 조용한 기반이다.

 

 

10. The First

가장 처음의 그릇, 가장 평등한 식탁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관계 속에 존재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음식을 나누고, 같은 식탁에 앉으며, 한 그릇의 온기를 함께 경험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왔다.

나에게 식기는 단순히 음식을 담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관계를 형성해 온 가장 오래된 매개이다.

인류가 처음 손에 쥔 그릇은 나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도자기, 유리, 금속과 같은 재료들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었고, 목기는 위생과 내구성의 한계로 인해 오랫동안 소박한 사람들의 그릇으로 남았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오히려 목기의 본질적인 가치를 발견한다.

목기는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자연에 가까우며, 가장 많은 사람이 공유했던 평등한 그릇이었다.

〈The First〉는 인간 최초의 그릇을 오늘의 식탁으로 다시 불러오는 작업이다.

전통 옻칠의 정신과 새로운 열경화 방식을 통해 목기가 가진 시간성과 실용성을 회복하고, 나무라는 재료가 가진 생명의 감각을 현대의 일상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니다.

〈23’s Fraternité〉에서 탐구했던 인간의 평등과 박애,
〈Farewell〉에서 마주했던 상실과 관계의 의미,
〈Solitude〉에서 발견한 내면의 성찰,
그리고 〈Romance〉에서 회복한 인간적 온기는 결국 하나의 장소로 향한다.

그곳은 바로 식탁이다.

식탁은 인간이 가장 평등하게 마주 앉는 공간이며,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가장 오래된 장소이다.

흙과 나무, 옻과 시간이라는 지구의 물질 위에서, 나의 철학은 이제 하나의 일상적 행위가 된다.

먹는다는 것, 나누는 것, 함께 존재한다는 것.

〈The First〉는 지구의 물질과 인간의 감성이 만나 완성되는 박애의 식탁이며, 예술이 삶으로 돌아가는 가장 근원적인 자리이다.

 

 

 

11. mugcup - 23

"나의 박애는 나약하나, 우리의 박애는 무한하다."

예술가 홀로 갤러리 좌대 위에서 외치는 박애는 거대한 세상 앞에 한없이 무력할지 모른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예술을 차가운 좌대 위에서 내려놓아 당신의 손바닥 위, 가장 따뜻한 식탁 위로 건네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식기이자 가장 평등한 그릇인 목기의 역사로부터 이어진 나의 새로운 실천, 〈머그컵 23〉이다.

처음에 이 작업은 오롯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기획되었다.
지구의 언어인 감성은 곧 예술가의 언어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거울이자, 다가올 미래의 길잡이다.
수천 년의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종교와 신화를 향해 행해졌던 예술 속에서 인간의 의도는 언제나 확고하고 장엄했다.
인간은 본인의 세대에 끝낼 수 없는 거대한 가치라면, 대를 이어가면서까지 마침내 성취해 내는 숭고한 의지를 예술을 통해 증명해 왔다.

나는 이 시대의 예술인들에게 ‘박애’와 ‘평등’이 그들의 예술 활동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기중심적 예술에 갇히기 쉬운 이 시대에, 동료 예술가들의 사색의 시간 속에 깊이 파고들어 아주 잠깐이라도 그들의 생각 한자리를 빌리고 싶었다.

모든 예술가의 작업실에는 그들의 손때 묻은 도구들과 함께 늘 ‘컵’이 놓여있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차, 물, 혹은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작업의 연장선이자 치열한 사색의 시간이며, 내면을 정화하는 비움의 시간이다.
나는 그들의 가장 고독하고도 순수한 그 시간을 함께할 컵을 만들기로 했다.

이 컵의 이름인 ‘23’은 문화와 인종, 종교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부여받는 평등의 절대적 기준선, ‘23쌍의 염색체’를 의미한다.
컵의 형태 안에는 인간의 온기를 닮은 자유곡선과, 대지의 규칙을 닮은 사각형의 기호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인간의 선과 자연의 선이 이 작은 그릇 안에서 어떠한 차별도 없이 공존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작업실에서 이 컵을 쥐고 차를 마시는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우리가 본질적으로 동등한 존재임을, 그리고 우리에게 서로를 향한 연민과 박애가 필요함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나의 중심에서 타인과 세상의 중심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 작은 경험의 확산. 이 컵을 쥔 어느 예술가의 마음속에 박애의 씨앗이 심겨 또 다른 박애의 예술이 피어날 때, 그리하여 예술계가 박애 중심으로 전환될 때, 인류의 영혼을 진화시킬 위대한 신호탄이 비로소 쏘아 올려질 것이다.
이 작은 머그컵은 그 거대한 연대를 향해 내가 던지는 묵묵하고 듬직한 위로의 마중물이다.

 

"우리는 23쌍의 염색체로 평등하게 태어나(평등),
누구나 예외 없이 태풍 같은 상처를 겪고(이별),
대지처럼 묵묵히 홀로 삶의 무게를 견뎌내지만(고독),
그 고통의 궤적이 서로 닮아있기에 우리는 마침내 서로를 온전히 연민하고 사랑할 수 있다(박애)."

English(영문) 


kangwork

KANG SUK KEUN   

LACQUER & WOODCRAFT ARTIST


 

 

 

AWARD / HONORED



2025.10 ~2025.12  The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 residency   , Paris ,France 

2024 The 1st Yoolizzy Craft Award - Winner

2021 The 2021 Cheongju International Craft Competition - Honorable mention

2021   The 2020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Finalist

2021 Certificate of Artistic Merit, Official recognition of artistic merit awarded by the Pinacothèque Museum, Luxembourg.

2020  Minister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Commendation ' Today's Young Artist Award' -Winner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5   Korean Artist - Proof of artistic  activity   (예술활동증명)

 

 

Solo exhibition



2026.8.27~9.26  Solo Exhibition - The First,  UMBER , Seoul,South Korea

2025.8.29~9.8  Solo Exhibition - The Sign of the Wind ,  MONOHA Hannam , Seoul,South Korea

2025.5.23~6.1  Solo Exhibition - The Sign of the Wind ,   HIN Kyoto  , Kyoto, Japan

2025.5.9~5.18  Solo Exhibition - The Sign of the Wind ,   HIN Aoyama  , Tokyo , Japan   

2024.12.20~2025.3.16  seoul yoolizzy craft award  winner -  special exhibition : The language of the Earth (Earth's  thing, Earth's materials,  The language of the Earth)  : seoul museum of craft art - showwindow gallery

2020/11/5-14    Solo Exhibition - Just Craft <Co-existence>   : Gallery Doqument(Chapter one edit), Seoul,South korea

2020/06/05-20 Solo Exhibition- Just Craft : Gallery MO-NO-HA(HanNam), Seoul,South KOREA

 

Group exhibition



2027.1.12~2.14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영남율려, 창원 성산아트홀, 창원 , South Korea

 

2026.10.1~11.8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영남율려, 진주 진주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 진주 , South Korea

2026.9.15~12.13 청주시한국공예관 25주년 기념전《공예라는 별에 관하여》, 청주시한국공예관 갤러리 6, 청주, South Korea

2026.8.11~9.4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영남율려, 부산 도모헌, Pusan , South Korea

2026.5.23~5.31  한일공예기획전 -집으로가는공예   , 춘일가옥, Seoul , South Korea  

2026.3.12~3.19  TEFAF Maastricht  Fair  with sarah myerscough gallery  ,  MECC ,Maastricht, Netherland   

2026.2.25~3.8 Group  Exhibition - TRIPTYCH , Hall 1, Seoul , South Korea

 

2025.12.11~2026.1.7 Group Exhibition TOGETHER sarah myerscough gallery, London 

2025.10.14~19 PAD London with sarah myerscough gallery, Berkeley Square, London 

2025.9.1~9.14  DESIGN MIAMI IN SITU ,  DDP , Seoul,South Korea

2025.6.28~2026.09.22 Group Exhibition - 취향가옥2 : Art in Life, Life in Art 2 - D Museum, Seoul,South Korea

2025.6.5~6.15 Group  Exhibition - 74CUPS , written by whom , Seoul , South Korea

2025.4.24~9.7 Group  Exhibition - Art for Soul, Art for Living . vvgg , seoul, south korea

2025.3.15~3.20  TEFAF Maastricht  Fair  with sarah myerscough gallery  ,  MECC ,Maastricht, Netherland     

 

2024.12.12~12.15 2024 CRAFT TREND FAIR : COEX C,Seoul, South KOREA.

2024.10.9~10.12 2024 BCF (Berlin Craft-expansion Fair) : Berlin

2024.8.27 ~ 10.3 The 1st seoul yoolizzy craft award exhibition : seoul museum of craft art(서울공예박물관)

2024.9.5 ~ 9.14 Paris design week KCDF×Liaigre  korean craft exhibition - korean Aesthetic (한국의미학) : Paris LIAIGRE

2024. 4. 2. ~ 6. 2 2024 청주시한국공예관 상반기 기획전 (공예의 숲 : Wood of crafts)

 

2023.12.14~12.17 2023공예트렌드페어 CRAFT TREND FAIR : COEX C,Seoul, South KOREA

2023-11.1~11.30 Jinju Traditional Crafts Biennale  -Today's Craft, Tomorrow's Tradition(오늘의 공예, 내일의 전통):Jinju ,South KOREA

2023-04-04 ~ 2023-06-04 2023 - 문화역서울284 공예기획전《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문화역서울284 본관

 

2022/12/8~12/11 - Craft Trend Fair : COEX C,Seoul, South KOREA

2022/10/28~11/5 2022담양 아트위크 아트페어 <유유자적 悠悠自適> 담주 다미담예술구 

2022.08.30(화) - 11.15(화) 아름지기 기획전시 -고려味려: 추상하는 감각 (Elegance and Flavor: Imagining the Culinary Culture of Goryeo)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

2022/ 06.24-08.28 -<공예, 낯설게 하기(Craft, Defamiliarization) > 기획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아트홀 롯데갤러리

2022/ 06.28 – 07.10 - <in between Materials >기획전-모노하한남

2022/06.28 - 07.16 - <Breaking Boundaries>기획전 - 갤러리스클로

2022/6/7~2022/6/12 - 2022 MILANO DESIGN WEEK Korean Craft (2022밀라노한국공예전)- Fondazione Feltrinelli, Milano

2022/2/5 ~ 2022/3/31 - Group Exhibition: "Spring on the Table" - Gallery CARIN, Busan,South KOREA

 

2021/5/25 ~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2021 exhibition  -Online Exhibition https://craftprize2021.loewe.com/

2021/11/29 ~ 2021/12/26 - Group Exhibition: "TEA BOWL" - Gallery MO-NO-HA(HanNam), Seoul,South KOREA

2021/11/25 ~2021/11/28 -Group Exhibition(강석근, 김준용, 여병욱): ‘VASE & VESSEL’ -   gallery WANNMUL, Seoul,South KOREA

2021/11/18~11/21 - Craft Trend Fair  Main Exhibition : COEX C,Seoul, South KOREA

2021/11/18~11/21 - Craft Trend Fair : COEX C,Seoul, South KOREA

2021/7/16~10/24 -서울공예박물관 현대공예 개관전-공예,시간과경계를넘다/
Seoul Museum of Craft Art -  Contemporary craft   Exhibition - Craft, Moving Beyond Time and Boundaries,Seoul, South KOREA

2021/9/8-10/17 - the Cheongju Craft Biennale 2021 Competition Hall, Cheongju,South KOREA

2021/9/4 - Create Day 2021 - https://createday.org/"

2021/9/3 ~ 9/30 Group Exhibition : Gallery L.993 X 윤현상재 Space B-E "Beside with...,Seoul, South KOREA

2021/9/1~10/4 - YEOL Group Exhibition - 담다 : 예올북촌가,Seoul, South KOREA

2021/5/26 ~ 5/30 -Seoul Living Design Fair x YounHyun: 컨셉관 초대전'일상(日常)의 위요감(圍繞感)' - COEX A,Seoul, South KOREA

2021/3/20~3/30  K-AUCTION   PREMIUM On-Line Auction - K-Auction main building Freeview  Exhibition (9:30-6:30) - Concurrent progress

 

2020/12/18~2021/2/28  Collect Objet  : Maison Galleria(HanNam) , Seoul, South Korea

2020/12/17 ~2021/ 2/ 10   KCDF×print bakery _ 현상Exhibition : PrintBakery ClubDesign , South Korea 

2020/12/25~2021/1/5  K-AUCTION   PREMIUM On-Line Auction - K-Auction main building Freeview  Exhibition (9:30-6:30) - Concurrent progress

2020/12/3-6     Craft Trend Fair : COEX A,Seoul, South KOREA

2020.08.26–09.27 2020 KCDF Secial Exhibition CUP -  Anything and Everything about Cups ,KCDF Gallery, Seoul, South KOREA

2020/02/27-03.1  Collect - international art fair for modern craft and design : with Gallery WANNMUL : Somerset House, London 

 

2019/12/12-15     Craft Trend Fair : COEX A,Seoul, South KOREA

2019/9/6-10     Maison&Object2019 : with KCDF :  Parc Des Expositions,Paris, France

 

 

Collections



Seoul Museum of Craft Art Museum/ 2025

Seoul Museum of Craft Art Museum/ 2022

Victoria and Albert Museum / 2020 -  London